루터: 약속과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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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와의 만남은 삶에 기쁨을 일깨워줍니다. 빌럼 판 엇 스뻬이꺼르 교수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어떤 다양한 측면에서 루터와 만남을 가질 수 있는지, 그에 따라 어떤 다양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지 매우 훌륭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최고 수준의 신학 작품입니다. 루터의 생애와 사상은 마치 다이아몬드와 같아서 매우 다면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 전집인 바이마르 판만 해도 100권이 넘습니다. 저자는 그러한 다층성을 제대로 포착해내기 위해 특별한 전략을 세웠는데, 그것은 루터의 생애를 위해서 전반부(제1부, 제1-10장)를 할애하고 루터의 신학을 위해서 후반부(제2부, 제11-20장)를 할애한 것입니다. 이렇게 루터를 역사신학적이며 조직신학적으로 관찰할 때에 그의 사상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이미 베른하르트 로제가 방법론적으로 잘 제시하였습니다. 문제는 그 방법론의 장점을 안다 하더라도 연구자의 역량과 시간적 한계 때문에 제대로 실현해 내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나와 있는 루터 연구서들은 거의 대체로 역사신학적 접근법과 조직신학적 접근법 둘 중에 하나를 택하여 서술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판 엇 스뻬이꺼르 교수는 정말 거장다운 면모를 이 책을 통해 유감없이 발휘하였습니다. 그는 역사와 신학을 동시에 훌륭하게 기술하였습니다. 그는 책의 전반부에서 16세기 당시의 역사적 사건들의 전말과 세부 사항을 매우 잘 설명합니다. 여기서 그는 입담 좋은 이야기꾼이 됩니다. 이제 책의 후반부에서 그는 루터 신학의 핵심 개념들을 탁월한 엄밀성을 가지고 해설합니다. 여기서 그는 분석가요 비평가가 됩니다. 이 둘을 함께 담아내는 것은 그의 개혁신학의 깊이입니다. “역사신학”과 “조직신학”, 그리고 “개혁신학”이라는 세 가지 동그라미를 가지고 그의 작품을 좀 더 소개해 보겠습니다.
첫째, 역사신학입니다.
일단 이 책의 저자는 루터에 대한 1차 자료와 2차 자료를 모두 깊이 있게 섭렵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루터가 남긴 너무나 감명 깊은 말과 글들을 그 입으로부터 직접 듣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루터와 동시대를 살다간 인물들에 대해서도 상당히 깊이 있게 서술하였습니다. 멜랑흐톤, 츠빙글리, 부써 등과 같은 종교개혁자들을 역동성 있게 다룰 뿐만 아니라, 뮌처와 칼슈타트와 같은 급진적 개혁자들도 역시 공정하게 다루었습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루터의 생애를 섭렵하면서 16세기 교회 현장으로 깊이 들어가 보고 싶다면 이만한 책은 없을 것입니다. 어떤 신학자들은 그의 삶을 아는 것이 그의 신학을 이해하는 것과 별개인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루터의 신학은 그 자신의 경험 없이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의 신학은 매우 실존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루터의 생애를 다루는 이 책의 제1부는 루터의 신학을 다루는 제2부의 전제요 출발점이 됩니다.
둘째, 조직신학입니다.
루터는 “신학에서는 호두의 핵, 밀의 속, 골수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그의 신학을 연구하는 사람 역시 신학에서 무엇이 호두의 핵이고 무엇이 껍질에 불과한지 분간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는 너무나 놀랍게도 루터 신학의 핵심을 잘 골라내어 아주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조직신학자가 루터의 신학을 다룰 때에 자칫 잘못하면 조직신학적 틀에 따라 억지로 그의 작품을 끼워 맞출 때가 더러 있는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자는 루터가 조직신학적 체계를 가지고 신학을 하지 않고 치열한 역사 한 가운데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고자 했던 사람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최대한 공정하게 루터의 신학을 평가하였습니다. 교회사가가 이렇게 깊이 있게 조직신학적 주제를 다룬다는 것은 그 자체로 통합적 신학의 귀감이 됩니다.
셋째, 개혁신학입니다.
개혁신학, 그것이 다만 신학을 학문으로서만 다루고 교회와 신앙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면 아직 미성숙한 무엇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 책의 저자가 가진 너무나 원숙한 수준의 개혁신학에 감탄과 흠모를 동시에 하게 됩니다. 그는 과거 사건을 정확하게 기술하면서도 현대 교회 및 신학과 접목시키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루터를 다루되 그를 평가절하하지도 과대평가하지도 않으면서 현대의 신학을 위해 어떻게 그가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가끔씩 등장하는 현대 신학과 교회에 대한 저자의 염려어린 문장들은 개혁신학자가 어떻게 신학을 해야 하는지 모범적으로 가르쳐줍니다.
루터는 하나의 거대한 산과 같아서 어떤 길을 따라 등정하는가에 따라서 등정에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루터라는 큰 산에 오르는 가장 좋은 안내자가 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루터를 제대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 가슴이 뛰며, 책을 다 읽고서 한동안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멜랑흐톤은 “루터, 그는 죽었지만 여전히 살아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500년이 지난 사람이 왜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지를 알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합니다.
우병훈 박사 | 고신대학교 신학과 교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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