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왜 그들은 ‘천황과 국가를 위해’ 죽을 각오를 다지게 되었나?왜 옥쇄 명령에 복종해 자신의 목숨마저 버리게 되었는가?근대국가의 사상통제, 주입된 이데올로기의 위력…전쟁 수행에 ‘알맞게’ 폭력적인 개조 과정을 거쳐야만 했던 개인들제국 시대 군인들의 생애사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되돌아보다한국인이 제국 시대 일본군을 만나다우리는 가미카제 특공대를 기억하고 있다. 자신의 목숨을 던져 적에게 타격을 입히는 것. 그야말로 자폭 공격이다. 우리는 이 역사적 사실을 두고 그 잔인함에 혀를 내두른다. 하지만 자살 공격을 해야만 했던 병사들의 심리에 관해서는 깊게 들여다보지 못했다. 그들은 왜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자살 공격을 했을까? 왜 이 명령에 복종했을까? 이 명령을 거절할 수는 없었을까? 명령을 받은 순간 인간적인 동요는 전혀 없었을까? 무엇보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전쟁을 했을까? 이 책은 제국 시대 일본군 병사를 직접 인터뷰해 이런 질문에 답한다. 제주도 토박이이자 해병대 장교 출신의 저자는 한국군에 스며 있는 일본군의 정신주의를 파헤치고자 일본 유학을 결심했다. 그리고 제국 시대 일본군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석사논문(〈총력전 체제하 내셔널 아이덴티티의 형성과 동요: 전 일본 군인·군속의 구술사를 중심으로〉)을 완성했다. 이 책은 그 석사논문을 뼈대로 해서 재구성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옛 피식민지인이었던 한국인이 지배국 일본의 군 관계자들을 직접 인터뷰 조사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가 있다. 실제 전쟁 체험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반도를 식민 지배했던 사람들의 의식과 심리, 사상통제를 통한 전체주의 국가의 사회통치 시스템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독창적인 저작이다. 전쟁 수행에 ‘알맞게’ 폭력적인 개조 과정을 거쳐야만 했던 개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주입된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또한 인간 존재가 전쟁의 부속으로 가공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뒤틀림에 대해 들여다보며 전쟁의 본질과 인권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제국 시대 전쟁 체험자들을 통해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한 번 더 성찰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소개
제주도 토박이. 제주대를 졸업하고 오사카시립대학(현 오사카공립대) 문학연구과에서 논문 〈총력전 체제하 내셔널 아이덴티티의 형성과 동요: 전 일본 군인·군속의 구술사를 중심으로〉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서귀포 해안의 부자연스러운 구멍들이 나를 일본 유학으로 이끌었다. 그 구멍은 아시아?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자폭 공격을 위해 파놓은 인공동굴이었다. 국가나 대의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생명까지 내던지는 그 ‘정신’, 그 서늘함. 나 또한 해병대 생활을 하며 그 정신의 서늘함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한국군에 스며 있는 일본군의 ‘정신주의’의 실체를 밝히고 싶어 일본 유학을 결심했고, 제국 시대 일본군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석사논문을 썼다. 그들의 체제와 전쟁을 이해하는 것이 지금 내가 밟고 있는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 책은 그 석사논문을 뼈대로 해서 재구성한 것이다. 어렵사리 인터뷰를 하고 책을 마치고 나니, 조금은 깨닫게 되는 바가 있었다. 그 깨달음을 다른 분들과도 나눌 수 있다면 큰 기쁨이겠다.
목차
프롤로그 | 제국 시대 일본군을 만나다제주 해안가에 있는 이상한 인공동굴 | 해병대의 ‘필사의 정신력’ ‘필승의 신념’ | 한국군에 남아 있는 일본군의 정신주의 | 그들을 만나고 싶었다1. ‘천황 폐하’의 신민으로 자라나다‘폐하의 자녀’로 ‘나라를 위해 죽는’ 것 | 삶이 파탄 난 사람들이 들고일어나다 | 교육의 군국주의화, 충성스런 신민 만들기 | 조선인의 ‘일본화’ 정책 | “천황은 일본의 상징일 뿐” | 사상통제의 위력, 복종하는 신민2. 입대, 죽음의 운명공동체만주사변, 15년 전쟁의 서막 | 그들에게 전쟁은 기회였다 | 총력전 시대, 죽음의 운명공동체 | 그들은 어떻게 입대하게 되었나3. 군대교육, 천황의 군인으로 거듭나기매일 밤 구타, ‘나 자신이 불쌍했다’ | 군인칙유, 천황제 국가관의 확립 | 어쩔 수 없이 죽음의 각오를 다지다4. 전쟁과 죽음불침전함 야마토의 침몰 | 특공, 자살 공격을 명령받은 병사들 | “안심하고 죽어라, 야스쿠니신사에 모셔질 테니” | 죽음을 앞둔 장병들의 심리 | “그래, 내가 제일 먼저 죽자” | ‘국가’에 ‘국민’은 없었다5. 일본이 전쟁에서 항복한 날“이길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요” | “천황 폐하를 지켜야 한다” | “일본이라는 나라는 어떻게 되어도 좋으니까”6. 어제의 적, 오늘의 친구“헬로, 헬로”, “땡큐, 땡큐” | 중국군의 관대한 대우7. 새로운 세계에 드리워진 제국의 그림자“폐하는 전쟁을 원치 않으셨어요” | 만들어진 천황의 이미지 | 야스쿠니만은 절대 부정할 수 없다 | 기억되지 못한 전쟁 체험 | 왜 과거사는 정리되지 못했을까8. 그들에게 전쟁은 무엇이었나국체사상이 일본 장병들에게 끼친 영향 | 일본군은 왜 옥쇄 명령에 복종했는가에필로그 | 나 또한 ‘국민’으로 빚어진 존재감사의 글주참고문헌